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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n

Hunn. 99일에 쓰는 출산후기


아기가 태어난지 99일이 되었다.



여러 육아블로그처럼 

나도 생생한 출산후기를 올려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지금까지 왔다 

이미  옛날같이 느껴지지만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


새벽 1시부터 혼자 타이머를 재가며 

통증이 5 간격이 될때까지 기다리다가 6 병원에 전화함.

예정일까지 3 남아있었고 나는 마지막까지 내가 느끼는 고통이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몰랐다.


싸르르한 생리통 + 가스가 가득 차서 아랫배 꼬이는 느낌이랑 

허리 삐끗했을때  하고 느끼는 통증이 5배 강도로 같이 왔다고 생각하면  것같다. 

아프긴 아픈데 1 정도 숫자 세면서 참으면  잠깐동안은 없어지니까... 

죽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살짝 진땀나는 정도? 

파도탄다는 느낌으로 준비했다가 지나가면  쉬었다가... 


암튼 나는 그랬다. 

견딜 만하다고 느껴서 규칙적으로 진통이 오고 있는데도 설마 오늘 나오겠어 싶고 헷갈렸음 


병원에 전화했을 때도 간호사가  목소리가 너무 멀쩡하다며 

5 간격 제대로 잰거 맞냐고 물어볼 정도로 차분히 전화를 끊고 

일단 집이 멀지 않으면 병원 들려보라는 말에 

엄마가 깰때까지 기다렸다가 7 병원으로 출발했다. 

가면서도 엄마한테 가진통이면 집에 다시 올수도 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여유를 부리며...


의사 내진  이미 자궁이 3센치 열렸고 

양수도 새고 있으니 입원하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부랴부랴 M한테 전화

 오늘 출산한대 


의사가 무통주사 원하냐는 질문에도 

처음에는 안맞고   있을것도 같으니 일단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정도로 견딜만한 고통이였다.

11시를 넘어가면서 슬슬 통증이 허리부분에 집중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잠시  다시 찾아 고통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허리가 뒤틀리고 어떤 자세를 해도 아픔이 사그러들지 않으니

시계만 자꾸 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시간은  안가고, 

촉진제를 맞았는데도 자궁은 5센치 밖에 열리지 않았다고 하니  괴롭게만 느껴졌다. 

괜히 객기 부리지말고 무통주사 맞을  있을때 맞자, 라고 판단해서  

간호사한테 얘기해 무통주사 투여

신기하게  뒤로 두시간 정도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밤을 새고 입원했더래서 잠깐 낮잠도 자고일어났고 

물을 마실 수 없으니 목이 말라서 불편한 정도가 다였다.


2시쯤 허리통증이 조금씩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제대로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견디면서 숨호흡에만 집중했다

오늘안에는 끝나겠지 라는 심정으로 시간을 거꾸로 카운트다운하기도 하고..


4시가 넘어가면서 자궁문이 9센치 열렸단 얘기를 들었을 즈음에는 

아기가 밑으로 많이 내려간대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서 그런지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도 조금은 강도가 낮아진 느낌이였고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난  분만실로 옮겨졌다.


내가 제대로 힘을 못주면 아기가 힘들고 

두상도 꼬깔콘처럼 된다는 후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최대한 정석으로 힘을 준다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더니 5분만에 아기 밖으로 나옴. 시각은 16:47


진통 15시간만에 아이를 안았다.



흔히들 분만하기  느낌을 

수박이 똥꼬에 걸린 것같다고 표현하던데 그건 모르겠지만... 

내가 제일 두려워했던 회음부 절개/봉합은 마취주사 덕에 하나도 안아팠고 

아기가 주르륵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오는 그 묘한 쾌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가슴 위에 안겨진 아기

나보다  정신없었을  작은 생명 너도 수고했다고 

손도 잡아보고 반갑다고 인사하고 젖물리는 시늉도 해보고...



출산이 임박했을때 

수많은 후기와 서적들을 읽어보며 공부했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건 복식호흡이나 요가동작이 아니라 담담한 마음가짐 이였다


그리고 출산은 끝이 아닌 육아의 시작...

몸고생 맘고생 죽어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아기를 보면  순간이  값지다




벌써 100.

아가야 고마워

엄마아빠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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