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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n

Hunn. 근황정리




1.

마지막 업로드가 2014년.

언제 그렇게 시간이...



2. 

그간 근황을 정리하자면,

결혼한지 10개월.

베트남 떠난지 8개월.


아기가 생긴지 6개월.



3.

아기가 생겼다.


4개월 때까지만 해도

조금 무기력하고 조금 더 졸린 정도여서

스스로가 임산부라는걸 인지못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태동도 느껴지고 배가 꽤 무겁다.

오래 걷거나 서있으면 아랫배가 쿡 쑤시기도 하고.


10개월이 언제 가나, 시간이 멈춘 듯 지루했었는데

이제는 출산이 얼마남지 않았다는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배는 지금의 두 배는 더 부르겠지.


티비 속 그녀들은 임신을 해도 호리호리하고 잘도 배만 볼똑 나오던데

나는 점점 얼굴이 동그래지고 더 짤딱만해지고 온몸이 푸둥푸둥해지고

자꾸만 팔자걸음을 하려 한다.


그리고 곧 다시 시작될 역류성식도염.

으 그것만큼은 진짜 너무 싫다.



4. 

참 어쩌다보니 고양이도 키우게 되었다.


이제 얼추 6개월 남짓 된 여아, 아마 잡종 길고양이 출신 참치.


헉 길고양이

헉 톡소플라즈마?

헉 내 아기!


M이 참치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는 겨우 3개월 임신 초기였고

어느 책에선가 임산부는 고양이를 피해야 한다는 글이 생각나

당황스러워서 보는 둥 마는 둥 했었다.


집에 줄 수 있는 거라고는

당연히 소금물에 절인 사람용 참치캔 밖에 없었고

최대한으로 염분 뺀다고 물에 여러차례 헹구고 으깨서 접시에 담아 주고는 

먼발치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켜보기만 했다.


가냘픈 울음소리를 내며 눈을 반쯤 감고

열심히 열심히 먹는 고양이를 보면서

비오는 추운 겨울 3개월 된 새끼고양이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 이 낯선 집까지 들어왔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그 때는 그런 생각 자체를 하는 것도 정들까봐 조심스러웠다.



동물병원에서 혈액, 대변 및 각종검사를 하고

산부인과에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말을 들은 후에야

이 고양이도 너무 빨리 엄마랑 헤어진 아기고양이에 

체중이 1.5kg도 되지 않고, 아직 어금니도 다 자라지 않은 점 등, 들이 

눈에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M 말대로 '간택'이라 했던가.

임산부가 있는 집안에 엄마 없는 새끼동물이 제발로 들어오다니.

여하튼 이것도 다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치는 우리집 고양이 참치가 되었다.


지금은 마지막 4차 예방접종을 모두 끝마치고

3kg에 육박하는 오동통 무릎냥에

단묘종 주제에 털도 한바가지 떨어지고

내가 심심할 때 말동무 삼아 하도 말을 쫑알쫑알 시켜놔서

맨날 아웅아웅 말하듯이 운다고 오빠한테 혼나지만.


귀엽다.

내가 지금 이쁨 많이 줄테니

나중에 우리 아기도 이뻐해주기를.



5.

이제 곧 엄마가 된다.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야할까

이 아이는 나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자랄까.


우리 엄마 만큼만 해주고 싶다.

그 만큼의 사랑, 평정심, 표용력을 가지고 싶은데

나는 우리 엄마같이 그릇이 크지 않은게 요즘 걱정이다.


무균실 속 신생아처럼 

평생 때 하나 안 묻히고 키우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나의 컴플렉스, 부족함, 성격적 결함에서 나오는 돌발적인 행동 때문에 

이 아이가 살면서 여러차례 '당하게' 될 혼란스러움과 피해, 불편함,

내지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트라우마 같은게 생길까봐 벌써부터 미안하고 두려운거다.


남들 쉽게 하는 교제가 나에겐 가끔 숙제같은 이유.

어른들 사이에도 번번히 일어나는 일인데

공력능력, 이해능력, 치유능력이 아직 없는 아이에게는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


어두운 고민은 이쯤 해두자.


태교도 안하는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야지.


아기야,

엄마가 요즘 유행이라는 공부도 안하고,

바느질같은 것도 안하고,

동화책도 읽어주진 않지만

대신 밥 하나는 겁나 잘먹고 있다?

건강하게 자라서 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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