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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n

Hunn. 고양이 중성화




순하고 애교 넘치고 말도 잘듣고

뭘해도 이뻐보이던 아기고양이 참치(여아, 6개월추정)가 달라졌다.

3주전 쯤부터 눈을 여시같이 요염하게 뜨기 시작하더니

M한테 궁뎅이를 마구 들이밀기 시작한 것.


아아 큰일이다.

요 가시내 발정났다.



검색해보니,

암컷 고양이는 빠르면 6개월부터 발정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 폭풍애교는 기본이요,

궁뎅이를 자꾸 핥을 것이고 방바닥에 몸을 비비적대고

수컷을 부르기 위해 애기울음같은 소리를 낸다고...


참치같은 경우,

우선 나보다는 M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M의 미세한 목소리 떨림만 들어도 그냥 좋다고 갸르릉갸르릉

온 몸을 비틀며 만져달라고 갖은 아양을 부리고

M이 출근한 뒤로는 정말 오랜 시간동안 미친 듯이 울어제꼈다. 


... 그런데 그 울음소리가,

"끼야아아악!!!!!!! 냐아아아악!!!!! 꺼어어엉!!!!!"


듣도 보도 못한 기괴한 사운드.

문지방에 발을 찧고 트럭에 깔린 것 같은 소리를

성대를 full로 열고 쩌렁쩌렁하게 울어대는데


'애기울음'이라면서...

대체 어느 나라 어느 집 애기가 이렇게 울부짖는다고 ㅠㅠ

벽이 두꺼워서 망정이지, 

한국이었다면 고양이 울음소리 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집 안에 고문실이라도 있는 줄 알고 신고 들어왔을거다.



그런데 이렇게 우는 참치를 무작정 나무랄 수 만은 없는게

고양이들은 이 발정기간동안 엄청난 육체적 고통이 따른다고...

그래서인지 저자세로 궁뎅이를 치켜들고 울면서 나를 보는 눈빛이 참 딱해보였다.

아파서 운다는데... 매정하게 매번 혼내기도 뭐하더라.


저렇게 두 시간쯤 울고나면 지쳐서 쓰러져 잔다.

그러면 조금 진정이 된 듯 싶다가도

어느 순간 조금의 자극이라도 받으면 (예를 들면 '참치야-"하고 말을 건다던지..)

궁뎅이가 들썩거리면서 다시 괴롭게 울기 시작하는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일주일 정도 지속될 이 기간 동안 

집안 조명을 어둡게 해주고,

자극을 줄이기 위해 조용히 지내는 것..


그리고 앞으로 계속 올 발정기를 대비해서 

중성화 수술을 고려해보는 것.


지금 임신 6개월차인 나에게는 큰 딜레마가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결정을 내리지...


하지만,

교배를 시킨 후 임신 뒷바라지에 

몇 마리 태어날지도 모르는 새끼들...

더군다나 얼마 안있음 내 아이도 태어나는데

내가 이 많은 생명들을 책임지고 감당할 엄두가 안나더라.


다시 한번 생명의 무게를 느꼈고,

M과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수술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길냥이에서 집고양이가 된 이상,

참치가 우리를 원망없이 이해해주고

또 큰 수술을 하는만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있어주기를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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