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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n

Hunn. 돌지나서 하는 이야기.

1.

도대체 다른 엄마들은,

육아, 집안살림(혹은직장), 블로깅을 어떻게 해내는 걸까.

존경의 박수를.


육아만 하는 나는 아직도 이렇게 헤매는데.




2.

출산후기는 100일 즈음에 작성했고.

그 후로 275+일이 지나서 쓰는 오늘의 첫 육아일지 ㅋ


폭풍같은 일년이 지나갔다.

내 생에 가장 자극적인 시간들 이었지 싶다.


아기의 행동 하나하나에 웃고 울었고

성장과정을 눈 안에 전부 다 눌러담지 못해 아쉬웠고,

체력적 한계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는 좌절했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

어느정도 자신이 붙었다가도 한 순간 다시 눈앞이 캄캄해지는 신비한 육아의 세계.




3.

빠르다.


어느순간 이가 나더니, 뒤집고, 뽈뽈 기고, 선다.

아기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큰다는 말, 정말이였어.

 

침대에는 자기 힘으로 올라가봐야 직성이 풀리고, 올라오면 다시 내려가지 못해 안달이다.

숟가락은 자기가 들어야하고,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린 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는 나를 유심히 관찰한다.

손에 다시 쥐어주면 바로 다시 떨어뜨리고는 나를 보며 숨이 넘어가라 웃는다.


숟가락 하나로 이렇게 즐거워하다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얌전히 받아먹던 이 아기는 지금 상호 작용을 배우는 중이고 

나는 인내심을 기르는 중.


이 단순노동도 곧 아기가 흥미를 잃으면 끝날테니

'훈육'은 조금 더 지나고 하는걸로.





4. 

아내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딸/며느리로서의 나.

모두 자격미달인듯한 생각에 사로잡혀 지지리궁상도 많이 떨었더랬다.


그 쓰레기같던 감정덩어리를 받아준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_-

공동블로그는 이게 문제야.

들으라고 하는 얘기는 아닌데.



어찌어찌 산 하나를 넘어온 느낌이다.

고작 돌지난 아기 하나 키우고 있는 새댁이 산 운운하니 웃기지만

나는 배워야 할게 많은 루키니까.




5.

돌잔치는 직계가족들만 모시고 점심식사를 했다.

평소 컨디션좋고 잘놀고 잘웃는 순딩이가 그날따라 아팠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안아달라고 오열.

이마에는 해열패치가 척.


주말 사이에 병원도 두번이나 다녀오고

항생제 5일치를 먹은 뒤 좀 나아졌다.


돌치레하는 아기.

건강이 최고다.



6.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준비해간 돌잡이를 시켰다.

힘들어 죽겠다는 아기를 어르고 얼러서 한복도 입혔다.


-_-;;


The show must go on.

억척스런 엄마라 미안;;;



사진기를 집어든 너.

아빠랑 같은 취미를 가지면 좋겠다.

직업이 되어도 좋고. 아님 말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7.

허리도 못가누고 뒤로 벌러덩 넘어가던 꼬물이가 오늘은 나를 따라 7걸음을 띄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기술을 선보이며


본인도 신기한지 캭 웃으며 물개박수... 

이제는 제법 어린이같은 자태가 나온다.


눈이랑 입가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잠시 피로가 싹.



8.

내가 잘하고 있던지 못하고 있던지.

아기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온전히 내 힘으로 키워지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고

마음 편히 아기와 즐겁게 지내야지. 

 


1년동안 수고 많았어.

사랑해 우리 안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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